
두쫀쿠키 열풍은 왜 불편한가
유행을 소비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음식 문화에서는 특정 메뉴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그 흐름이 업종과 맥락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두쫀쿠키’라 불리는 두바이 쫀득 쿠키 역시 이러한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
처음에는 수제 디저트, 식감이 살아 있는 쿠키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등장했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 출발점과는 상당히 멀어졌다.
이제 두쫀쿠키는 디저트 전문점뿐 아니라 일반 식당, 분식집, 심지어 메인 식사가 중심이 되는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김치볶음밥과 쿠키가 하나의 세트로 묶여 판매되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것이 창의적인 시도나 새로운 미식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 조합에는 설명도, 서사도, 필연성도 없다. 오직 “요즘 잘 팔린다”는 이유만 존재할 뿐이다.
유행이 판단을 대신하는 순간
두쫀쿠키 현상의 본질은 쿠키 그 자체가 아니다.
이는 유행이 사고를 대체해 버린 소비 구조의 문제다.
특정 메뉴가 인기를 얻는 순간, 그 메뉴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기본 옵션이 된다.
가게는 스스로 묻지 않는다.
‘이 메뉴가 우리 가게와 어울리는가?’
‘이 음식이 우리 정체성을 설명하는가?’
대신 묻는 질문은 하나다.
‘안 하면 손해 보지 않을까?’
이 질문 하나가 모든 판단을 밀어낸다. 그 결과 메뉴판은 점점 비슷해지고, 가게 간의 차별성은 흐려진다.
음식은 경험이 아니라 유행의 증거가 되고, 메뉴 구성의 논리보다는 트렌드 탑승 여부가 중요해진다.
품질 하락과 가짜의 범람
유행이 급격히 확산되면 반드시 따라오는 문제가 있다.
바로 원가 상승이다. 카다이프, 마시멜로, 파스타치오 등 핵심 재료의 가격이 오르면서,
초기의 ‘프리미엄 쿠키’를 동일한 품질로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이때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가격을 올리거나, 품질을 낮추거나.
대부분의 가게는 후자를 선택한다. 가격 인상은 곧바로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겉모습만 비슷한, 이른바 가짜 두쫀쿠키다.
두툼해 보이지만 속은 퍽퍽하고, 재료의 깊이는 사라진다.
소비자는 비슷한 가격을 지불하지만, 만족도는 점점 낮아진다. 결국 남는 인식은 하나다.
“다 거기서 거기다.”
자영업자는 선택권이 없는가
이 현상을 단순히 자영업자의 무분별한 따라 하기라고 비난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많은 자영업자는 이 메뉴가 자신의 가게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행을 도입하지 않으면 손님이 줄고, 온라인에서는 “요즘 갈 이유 없는 가게”라는 평가를 받기 쉽다.
한국의 자영업 환경에서 유행은 더 이상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유행을 거부하는 순간, 가게는 시대에 뒤처진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 구조 속에서 자영업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게의 정체성이 점점 희미해진다는 점이다.
결국 어떤 가게도 기억에 남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
소비자는 왜 알면서도 소비하는가
흥미로운 점은 많은 소비자가 이 흐름을 불편하게 느끼면서도 결국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비싸다”, “굳이 이 조합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쯤은 구매한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유행을 경험하지 않으면 대화에 끼기 어려운 느낌, 판단할 자격조차 없는 것 같은 불안감이 소비를 자극한다.
소비자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집단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이렇게 소비된 유행은 빠르게 소모되고, 남는 것은 피로감뿐이다.
두쫀쿠키가 남긴 질문
두쫀쿠키 열풍은 결국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그 다음이다.
우리는 또 다른 메뉴가 등장했을 때,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것인가.
유행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문제는 지금의 유행이 지나치게 빠르고, 무차별적이며,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음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이고 기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유행이라는 이름 아래 복제되고 소모되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남는 것은 허무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유행이 아니라, 한 번쯤 멈춰서 묻는 태도다.
“이 메뉴는 왜 여기 있는가?”
그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야말로,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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