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돌입...현재 상황과 전망
최근 국내 유통업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며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에서 출범한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승승장구하던 홈플러스가 왜 이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되었을까? 본 글에서는 홈플러스의 역사, 경영 악화의 원인, 현재 진행 중인 기업회생절차,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1. 홈플러스의 역사와 성장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에서 시작되었으며, 1999년 삼성물산과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Tesco)**의 합작으로 '삼성테스코'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후 2008년 **홈에버(Homever)**를 인수하며 점포 수를 늘리고 본격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1년 사명을 '홈플러스'로 변경하고, 테스코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면서 본격적인 독립 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운명은 2015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 파트너스가 약 7조 2,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경영 체제가 출범했다. 그러나 이후 홈플러스는 지속적인 실적 부진을 겪었으며, 이는 오늘날 기업회생절차 신청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졌다.
2.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 원인
홈플러스의 위기는 단순한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그 주요 원인을 살펴보자.
(1) 사모펀드 인수 후 과도한 부채 부담
MBK 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는 대규모 차입을 통해 기업을 인수하고, 이후 인수한 기업의 자산을 활용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이 과정에서 과도한 부채 부담을 지게 되었으며, 이를 갚기 위해 지속적인 점포 매각과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했다는 점이다.
(2) 이커머스 성장과 대형마트 업황 부진
쿠팡, 마켓컬리, 네이버 쇼핑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은 대형마트 업계 전반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과거 오프라인 마트 중심이던 소비 트렌드는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비대면 쇼핑이 더욱 활성화되었다. 홈플러스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강화했으나, 경쟁사 대비 늦은 대응과 부족한 투자로 인해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빼앗겼다.
(3) 지속적인 적자와 매출 감소
홈플러스의 실적은 2014 회계연도(2014년 3월 ~ 2015년 2월)에는 매출액 8조 5,682억 원을 기록했으나, 2023 회계연도(2023년 3월 ~ 2024년 2월)에는 6조 9,315억 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2021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 악화가 가속화되었다. 이는 주요 점포 매각과 함께 기존 점포들의 영업 실적도 악화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 점포 축소와 부동산 매각
점포 매각은 홈플러스의 재무 개선을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였으나, 결과적으로 브랜드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요소가 되었다. 2015년 말 기준 141개였던 점포 수는 2024년 2월 말 기준 126개로 줄어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홈플러스를 외면하게 되었다.
3.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향후 전망
(1) 법정관리 신청 배경
2025년 3월 4일,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절차는 채무가 과중한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법원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홈플러스는 강제적인 채무 조정을 받을 수 있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2) 법정관리 신청이 미치는 영향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신청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 소비자: 홈플러스 상품권을 보유한 소비자들은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 또한, 향후 점포 운영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기존 이용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 노동자: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입점 업체들은 고용 안정성과 거래 관계 지속 여부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노동조합에서는 강력한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 금융권: 홈플러스가 발행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채권 상환 여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3) 향후 전망
홈플러스는 법정관리 절차를 통해 부채 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고려할 때, 단순한 부채 조정만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홈플러스의 주요 과제는 다음과 같다.
- 온라인 사업 강화: 쿠팡, 네이버, SSG닷컴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및 배송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 점포 운영 효율화: 비효율적인 점포 정리 및 프리미엄 매장 전환 등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된다.
- 고객 신뢰 회복: 기업회생절차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와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4. 결론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국내 대형마트 업계 전반의 위기를 반영하는 사건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가운데, 기존 대형마트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홈플러스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끝내 시장에서 퇴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으로 홈플러스의 행보가 국내 유통업계에 미칠 영향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